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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에 수록된 ‘아름다운 멸망’입니다
아름다운 멸망 / 이권
복사꽃 환한 봄날 나는 죽을 것이다 아내는
고생만 하다 살 만하니 갔다며
살아서도 인정 없는 사람이더니 인정 없이 갔다고
내 죽음에 밑줄을 치고 있을 것이다
친구들은 부조, 돈 오만 원 내놓으면서 언제
갚을 거냐고 자기들이 밑진 장사라며
킬킬거리며 고스톱이나 치고 있을 것이다
주치의는 세상을 분탕질해놓고 청소도
안 해 놓고 갔다며 세상이 조금은 깨끗해진 것
같다고 축 사망이라고 적어 놓을 것이다
국화꽃으로 나를 환하게 수식하고 있는 영정
정성스레 만수향 사르고 술 한 잔
따르며 내가 나에게 큰절을 올릴 것이다
그동안 고생했다며 내 죽음을 쓰다듬으며
내가 나의 멸망을 축하해 줄 것이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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