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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저 검은 짐승들’입니다.
저 검은 짐승들 / 이권
지난밤 내 몸에서 개 짖는 소리와 구구거리는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왔어 저녁
밥으로 먹은 동태눈이 잠시 어둠 속에서 반짝였지
며칠 전 신천리 하우고개 제주 마 씨 집에서 먹은
말의 꼬리뼈가 자라 창문 쪽으로 넝쿨을 뻗어가고 있었어
보리밥에 비벼 먹은 열무가 솜털처럼 자라
오르고 새벽녘 겨드랑이에서 걸어 나온
수탉의 울음소리가 내 선잠을 깨우고 있었어
늙은 애인의 가슴에서 모래내시장에서 먹은
호주산 수입 쇠고기의 안창살이 만져졌어
까슬한 음모陰毛에서 여우 울음소리와 늑대 울음
소리가 밤새 들려왔지 언제부터인지 내 몸속에
아무 데서나 흘레질하는 수캐가 자라나고 있었어
음습한 초원 나를 사육하는 것은 수시로 죽었다
살아나는 내 안의 검은 짐승들 나를
길들이고 있는 저 검은 짐승들의 의중이 궁금해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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