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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호칭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4.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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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호칭 / 이권

 

 

지금까지 나를 이끌고 온 것은 내 이름 석 자였다

하지만 나를 불러 세웠던 것은

이름 대신 불리는 호칭이었다

 

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이모부, 고모부,

외삼촌, 형님, 오빠 등으로 불리다가

 

어떤 날은 사장님. 선생님, 아저씨,

여기요 저기요 야 너 등으로 불리었다

 

왼쪽 가슴에 붙은 번호가 이름 대신

호명되어 이놈 저놈에게

끌려다니던 상스러운 시절도 있었다

 

몇 년 전 아버지는 아버지를 호명하던

호칭들을 불살라 버리고 현고학생부군이 되었다

 

어머니는 간신히 본관과 성씨 하나를 건지시어

현비유인풍산 심 씨가 되었다

 

자주 불러 세우지 않으면 점점 멀어지거나

사라지는 호칭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를 부르며 얼굴 한번 보아야 되겠다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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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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