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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칭 / 이권
지금까지 나를 이끌고 온 것은 내 이름 석 자였다
하지만 나를 불러 세웠던 것은
이름 대신 불리는 호칭이었다
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이모부, 고모부,
외삼촌, 형님, 오빠 등으로 불리다가
어떤 날은 사장님. 선생님, 아저씨,
여기요 저기요 야 너 등으로 불리었다
왼쪽 가슴에 붙은 번호가 이름 대신
호명되어 이놈 저놈에게
끌려다니던 상스러운 시절도 있었다
몇 년 전 아버지는 아버지를 호명하던
호칭들을 불살라 버리고 현고학생부군이 되었다
어머니는 간신히 본관과 성씨 하나를 건지시어
현비유인풍산 심 씨가 되었다
자주 불러 세우지 않으면 점점 멀어지거나
사라지는 호칭 오늘은 오랜만에
내가 나를 부르며 얼굴 한번 보아야 되겠다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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