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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낮잠' 입니다.
낮잠 / 이권
대청마루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등을 돌리신 채 낮잠을 자고 있다
주무시다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는 아버지
노름판에서 돈을 따시는지 아니면
읍내 정다방 김 양이라도 만나는 모양이다
어머니는 꿈속에서 조차 심사가
뒤틀리는 일이 있는지 입을 씰룩거리고 있다
분하고 억울한 일이 있어
누구한테 따지러 가는 모양이다
잠자던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아버지 등짝을 때리고 있다
아버지는 베고 있던 목침을
던져 버리고는 휑하니 밖으로 나간다
미루나무에 매미가 울고 마당귀로
한줄기 바람이 행인처럼 지나가고 있다
* 출처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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