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남자사용 설명서’입니다.
남자사용 설명서 / 이권
지난밤 사내는 끝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술만 취하면 방향을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오류가 사내에게서 발견되곤 했다. 원심력을 잃어버리고 행성 밖으로 튀어 나간 것이 분명했다. 종종 과부하가 걸리는 사내
아내가 온갖 정보를 분석해 사내의 위치를 확인할 때마다 통신이 두절되거나 통화권 밖으로 이탈되는 경우가 많았다.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남자를 다루는 비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책이라는 것이 아비 닮은 새끼를 이용해 사내를 유인하는 방법이 전부였다. 사내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포장이 뜯기거나 사용한 흔적이 있으면 교환 반품이 불가능한 일. 사내들은 시어머니가 길들이다 버린 불량품이거나 중고 재생품이었을 지도 모르는 일. 더 이상 손 볼 곳이 없다는 시어머니의 말은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 죽을 때까지 사용하고도 아직도 저 속을 모르는 캄캄한 남자! 사용 설명서.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06.
https://link.coupang.com/a/SBd98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728x90
반응형
'이권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별빛로 (125) | 2024.10.01 |
---|---|
개꿈 (96) | 2024.09.22 |
여자사용 설명서 / 이권 (88) | 2024.08.28 |
낮잠 / 이권 (89) | 2024.08.17 |
호칭 / 이권 (163) | 2024.08.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