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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에 수록된 ‘개꿈’입니다.
개꿈 / 이권
동인천역 출발하여 용산역 가는 급행전동열차 안
부평역 지날 때쯤 잠깐 잠이든 사이에
전생의 아내에게 슬어 놓았던
알들이 두런두런 부화되기 시작했다
동구 밖에는 빗살무늬토기시대를 건너온
맨발의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전생의 아이들은 지청구를 들으며
개차반처럼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있었고 손등에 화석이 된
아내의 손톱자국이 까맣게 찍히고 있었다
역곡역 지날때 쯤 옆자리 아가씨가
피곤한 듯 어깨를 기대어 왔고
수세기전의 밀린 밥값을 받으려는 듯
낯선 손 하나가 내 갈비뼈를 뒤지고 있었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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