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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아버지의 음계'입니다.
아버지의 음계 / 이권
30년 동안 낮은음자리표로 머무르시던
아버지가 정년퇴직했다
아침마다 울리던 알람소리가 사라졌다
아버지를 끌고 다니던 구두
신발장 속으로 들어가 더 이상 나오지를 않았다
넥타이는 아예 옷장에 목을 매달아 버렸다
아버지가 자주 찾아가는 곳은
흰 바람 불어오는 자작나무숲
아버지는 한 그루 자작나무가 되어갔다
하루해가 또 어제처럼 지고
아버지가 검은 건반을 누르며 돌아가는 곳은
타악기 소리 끊이지 않는 어머니 집
아버지는 어머니가 발 씻으라면 발 씻고
밥 먹으라면 밥 먹고
슈퍼 가서 미원 사오라 하면 사온다
도돌이표만 찍다 돌아오는 아버지 발걸음에
높은음자리표 하나 달아주고 싶다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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