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시는 배석 시인의 ‘팔원八院’입니다. 서행시초西行詩抄 3 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입니다. 백석(본명 백기행) 평안북도 정주에서 1912년 출생. 1996년 북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팔원八院’은 1939년에 조선일보에 발표된 시입니다. 일제 강점기 시대 손이 얼어 터지도록 식모살이하여야 했던 어린 소녀의 아픔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백석의 시에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고어古語와 평안도 방언의 어휘 때문에 다소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나 몇 번이고 곱씹어 읽다 보면 백석 시의 묘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팔원八院 / 백석
- 서행시초西行詩抄 3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妙香山行 승합자동차乘合自動車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慈城은 예서 삼백오십리三百五十里 묘향산妙香山 백오십리百五十里
묘향산妙香山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쌔하얗게 얼은 자동차自動車 유리창 밖에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車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1939 조선일보 발표)
https://link.coupang.com/a/SBd98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명시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편掌篇 2 /김종삼 (48) | 2023.07.01 |
---|---|
머위 / 문인수 (94) | 2023.06.27 |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90) | 2023.06.22 |
맨발 / 문태준 (107) | 2023.06.12 |
거룩한 식사 / 황지우 (69) | 2023.06.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