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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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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 산책133

봄의 정원으로 오라 /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오늘 소개한 시는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수록된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입니다. 시인 잘랄루딘 루미은 13세기 페르시아 시인이자 신비주의 철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꽃과 술과 촛불을 준비한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당신이 온다고 해서 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있음과 없음의 존재의 문제. 오고 감의 심연의 문제. 당신이 있으나 없으나 오늘도 꽃은 피고 산비둘기는 구구 날아오릅니다. 2023. 3. 18.
서시 / 윤동주 오늘 소개할 시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윤동주 시인의 ‘서시’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에 태어나 1945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작고한 독립운동가이지 시인입니다. 오늘 소개할 ‘서시’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유고 시집에 수록된 원래 제목은 ‘무제’였습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던 시인.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인간의 고뇌를 이야기하고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라던 윤동주 시인. 여러분도 오늘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입니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 2023. 3. 16.
묵화墨畫 / 김종삼 오늘 소개할 시는 김종삼 시인의 묵화墨畫입니다. 김종삼 시인은 황해도 은율에서 1921년 태어났으며 1984년에 작고하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묵화’ ‘북치는 소년’ ‘민간인’ ‘시인학교’ 등이 있습니다. 온종일 쟁기질하다 돌아왔을 소와, 뙤약볕에서 밭일하다 돌아온 할머니. 물 먹는 소 목덜미에 손을 얹어 놓고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고된 하루를 보냈다고, 적막하다고, 동병상련의 아픔을 전합니다. 마음이 짠해지는 김종삼 시인의 묵화墨畫입니다. 묵화墨畫 /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1969. 2023. 3. 12.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오늘 소개할 시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민족시인으로 추앙받는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입니다. 윤동주 시인은 1917년에 태어나 1945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작고한 독립운동가이지 시인입니다. ‘자화상’은 외딴곳에 홀로 있는 우물을 찾아가 우물에 비치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미워졌다가도 가엾어지는 내적 갈등을 겪는 자아를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나도 내가 한없이 미워지고 가엾고 내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우물 속에는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부는 가을이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입니다.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려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펄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 2023. 3. 10.
목마와 숙녀 오늘 소개할 시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입니다. 박인환 시인은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났습니다. 1946년「국제신보」에 ‘거리’를 발표하며 등단하였습니다. 1955년 첫 시집 『박인환선시집』를 출간하고 이듬해인 1956년 심장마비로 향년 29세에 요절합니다. 우울과 고독을 노래했던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입니다. 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木馬(목마)를 타고 떠난 淑女(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傷心(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少女(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 2023. 3. 8.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오늘 소개할 시는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입니다. 1957년생인 박노해 시인은 전남 함평에서 출생. 16세에 상경하여 선린상고 야간부를 졸업합니다. 공순이, 공돌이로 노동자를 천대하던 시절 현장 기능공으로 일하던 노동자였습니다. 1983년 「시와 경제」에 ‘시다의 꿈’이라는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습니다. 박해받는 노동자의 노(勞) 해방의 해(解) 문구로 박노해라는 필명을 지어 1984년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발표합니다. 5공 군사독재 정권에 의해 금지 독서로 지정되었지만 100만 부가 팔려나갔습니다.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리던 박노해 시인. 노동자를 탄압하던 자본과 권력에 맞선 진정한 노동자 시인입니다.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 2023. 3. 5.
귀천歸天 / 천상병 오늘 소개할 시는 천상병 시인(1930-1993)의 ‘귀천(歸天)’입니다. 1952년 『문예』에 ‘강물’ 등을 발표하며 등단하였습니다. 대표 시로는 ‘귀천’ ‘소능조’ ‘새’ ‘강물’ 등이 있습니다.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여러 번의 전기고문을 당하는 등 고문의 후유증으로 아이를 못 낳게 되었고 정신병까지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거리를 떠돌다 서울시립 정신병원에 행려병자로 입원하게 되었고, 그의 생사를 모르던 문인들이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유고 시집으로 『새』를 출판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죽음을 소풍 갔다 돌아오는 것처럼 순진무구를 노래했던 천상병 시인. 잠시 하늘에서 내려와 이 세상을 살다 간 천진난만했던 천상의 시인이었던 것입니다.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 2023. 2. 26.
취하신 님 / 이매창 오늘 소개할 시는 조선 중기 때 기생이자 문장가였던 이매창의 시 ‘취하신 님’입니다.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 최고의 여성 시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가장 천한 신분인 기녀의 삶을 살아야 했던 이매창. 술에 취한 선비가 막무가내로 그녀의 옷을 벗기려다 그만 비단 저고리가 찢기고 맙니다. 비단 저고리가 아까운 게 아니라 그동안 주었던 정마저 끊어질까 두렵다고 합니다. 재치 있고 절개 있는 시 같지만, 기생의 신분으로 살아야만 했던 그녀의 슬픔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취하신 님 / 이매창  술 취하신 님 날 사정없이 끌어당겨 끝내는 비단 저고리 찢어 놓았지요비단 저고리 아까워 그러는 게 아니어요주신 정마저 끊어질까 두려워서 그러지요  贈醉客 醉客執羅衫 羅衫隨手裂 不惜一羅衫 但恐恩情絶 2023. 2. 23.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 이규보 오늘 소개할 시는 고려시대 재상이자 문신인 이규보의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라는 시입니다. 원래 제목은 ‘折花行(절화행) 꽃을 꺾어’ 입니다. 먼 옛적에도 달콤·살벌, 아옹다옹 그렇게 사랑하며 한세상 살았나 봅니다. 생생하게 그림이 그려지는 재치가 돋보이는 빙그레 웃음이 벙그는 시입니다. 오늘 사랑하는 애인이나 아내, 어머니에게 무심한 척 꽃 선물해 보시는 것 어떠시려는지요.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 이규보 모란꽃 이슬 머금어 진주 같은데 신부가 꺾어 들고 창가를 지나다 빙그레 웃으며 낭군에게 묻기를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장난기 가득한 낭군이 답하기를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그 말을 듣고 토라져 버린 신부 꽃을 밟아 뭉개며 말하기를 꽃이 저보다 예쁘다면 오늘 밤은 꽃을 안고 주무세요... 2023. 2. 20.
한 잎의 女子 / 오규원 오늘 소개할 시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오규원 시인의 ‘한 잎의 女子’입니다. ‘-언어는 추억에 걸려 있는 18세기형의 모자다’라는 부제가 붙은 시입니다.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하고많은 여자 중에 왜 물푸레나무 잎을 닮은 여자일까요. 있는 듯 없는 듯 흔한 얼굴로 숙맥 같은 얼굴로 내 곁에 왔던 영혼이 맑았던 어린 날의 한 소녀를 생각합니다. 우리의 누이이거나 딸이었을 애인이었을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은 여자, 물푸레나무 어린잎을 오늘도 조용히 흔들것 같은 여자. 결코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더 가지고 싶은 사랑스러운 ‘한 잎의 여자’입니다. 한 잎의 女子 / 오규원 나는 한 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조그만 女子, 그 한 잎의 女子를 사.. 2023. 2. 17.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오늘 소개할 시는 함형수 시인의 「해바라기의 비명」입니다. 함형수 시인은 함경북도 경성에서 1914년 태어나 1946년 정신착란증으로 북에서 사망합니다. 평생 17편의 시를 발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우지 말라는 것은,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므로 죽음을 단정 짓지 말라는 뜻일 겁니다. 무덤 주위에 해바라기를 심고 해바라기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고 합니다.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려는 나의 꿈이라고 합니다. 걸림 없는 사랑과 자유를 추구하던, 이상세계로 비상하려던 함형수 시인의 「해바라기의 비명」입니다.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2023. 2. 14.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오늘 소개할 시는 이용악 시인의 ‘전라도 가시내’입니다. 이용악 시인은 1914년 함경북도 경성군에서 태어났으면 1971년 북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라도 가시내’ 는 이용악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오랑캐꽃』에 수록된 시입니다. 식민지 백성으로 유민의 삶을 사는 함경도 사내와 전라도 어느 섬에서 팔려 온 듯한 전라도 가시내. 이들에게도 긴 겨울이 지나면 희망의 새봄이 찾아 오겠지요.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가시내야나는 발을 얼구며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어두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시련다만어디서 흉참한 기별이 뛰어들 것만 같애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미더운 북간도 .. 2023.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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