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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올해 작고하신 신경림 시인의 ‘갈대’입니다. 1956년 문학예술에 발표한 시입니다. 달빛 받으며 조용히 제 몸을 흔들고 있을 갈대. 저를 흔들고 있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저의 울음소리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를 흔드는 것은 언제나 타인이 아닌 나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일으켜 세상 밖으로 내보낸 것도 나였습니다.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1956. 문학예술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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