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본문 바로가기
  • 너에게 반하다.
명시 산책

님의 침묵 / 한용운

by 시(詩) 배달부 2023. 2. 2.
반응형

제자 찍은 백련 사진입니다.

 

 오늘 소개할 시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시인이자 승려이고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노래했던 한용운. ‘님의 침묵’에 나오는 ‘님’의

대상에 대하여 사랑하는 님이라든가, 부처, 민족, 중생, 부모 등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수많은 ‘님’들을 떠올리며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감상하였으면 합니다.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

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

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

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

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

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

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

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728x90
반응형

'명시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 이규보  (35) 2023.02.20
한 잎의 女子 / 오규원  (38) 2023.02.17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46) 2023.02.14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41) 2023.02.08
모닥불 / 백석  (36) 2023.02.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