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 소개할 시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시인이자 승려이고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노래했던 한용운. ‘님의 침묵’에 나오는 ‘님’의
대상에 대하여 사랑하는 님이라든가, 부처, 민족, 중생, 부모 등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당신 곁에 있는 수많은 ‘님’들을 떠올리며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감상하였으면 합니다.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
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
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
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
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
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
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
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728x90
반응형
'명시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이 예뻐요 제가 예뻐요? / 이규보 (35) | 2023.02.20 |
---|---|
한 잎의 女子 / 오규원 (38) | 2023.02.17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 함형수 (46) | 2023.02.14 |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41) | 2023.02.08 |
모닥불 / 백석 (36) | 2023.02.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