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광고 모금 캠페인
본문 바로가기
  • 너에게 반하다.
시 배달부 오늘의 시

먹이사슬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5. 1. 13.
반응형

이미지출처 pixabay.

 

먹이사슬 / 이권

 

 

 얼마나 두발 달린 짐승에게 해코지를 당했으면 고라니도 뻐꾸기도 장끼도 참새도 나만 보면 멀리 달아나 버린다. 전생에 어떤 몹쓸 인연을 지었기에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살기를 느끼는 걸까. 저들에게 느끼는 나의 무의식적인 적개심은 전생으로부터 전해지는 선천성 질병일까. 아니면 다른 짐승을 잡아먹고 생긴 후천성 질병일까. 나의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멀리 달아나 버리는 고라니와 장끼와 참새들. 조상 대대로 그들에게 지은 죄가 크다.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죽인 방아깨비와 개구리 그리고 꽃뱀. 지금까지 잡아먹은 암탉이 까만 흑돼지가 누렁이 황소가 어느 날 쳐들어와 지금까지 내가 먹어 치운 어미와 새끼를 당장 내놓으라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네발도 없고 날개도 없고 뿔도 없는 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것이다. 나도 한때는 아버지라는 천적이 있어 그로부터 멀리 달아난 적이 있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