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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두리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4.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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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변두리’입니다.
 
 
변두리 / 이권
 
 
 계속되고 있는 장맛비로 목화빌라 올라가는 길이 퉁퉁 불어 있다. 몇 달째 분양되지 않고 있는 목화빌라.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창문을 두드렸을 뿐 찾아오는 이가 없다. 과잉 공급된 개망초꽃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떠돌이 개가 순찰을 도는 하루살이 나는 마을.
 
 딱 오 분만 제주 은갈치를 팔고 가겠다는 생선 장수 확성기 소리에 부엌마다 비릿한 가시가 돋아난다. 골목 안 사람들을 하나둘 낚아 올리고 있는 생선 장수. 내일 울음까지 미리 당겨쓴 매미는 여름이 가기도 전에 목이 쉬어버렸다.
 
 비가 올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구름 속에서 잠깐 머리를 내민 햇살이 목화빌라 옥상을 걸어 다녔다. 전입신고도 하기 전에  떠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 찔레나무 넝쿨 속으로 누룩뱀이 긴 몸을 끌고 들어가고 뒷산 솔밭에서 구구거리는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그럼에도 불구하고:이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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