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실린 ‘변두리’입니다.
변두리 / 이권
계속되고 있는 장맛비로 목화빌라 올라가는 길이 퉁퉁 불어 있다. 몇 달째 분양되지 않고 있는 목화빌라.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창문을 두드렸을 뿐 찾아오는 이가 없다. 과잉 공급된 개망초꽃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떠돌이 개가 순찰을 도는 하루살이 나는 마을.
딱 오 분만 제주 은갈치를 팔고 가겠다는 생선 장수 확성기 소리에 부엌마다 비릿한 가시가 돋아난다. 골목 안 사람들을 하나둘 낚아 올리고 있는 생선 장수. 내일 울음까지 미리 당겨쓴 매미는 여름이 가기도 전에 목이 쉬어버렸다.
비가 올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구름 속에서 잠깐 머리를 내민 햇살이 목화빌라 옥상을 걸어 다녔다. 전입신고도 하기 전에 떠날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 찔레나무 넝쿨 속으로 누룩뱀이 긴 몸을 끌고 들어가고 뒷산 솔밭에서 구구거리는 산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 03.
https://link.coupang.com/a/SBd98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728x90
반응형
'이권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의 모든 경계에는 계급이 있다 / 이권 (180) | 2024.01.15 |
---|---|
오리무중 / 이권 (131) | 2024.01.10 |
당분간 나를 휴업할까 합니다 / 이권 (45) | 2023.12.31 |
신발 상위시대 / 이권 (95) | 2023.12.27 |
호갱님 전 상서 / 이권 (185) | 2023.12.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