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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세 번째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수록된 ‘자전거를 타다’입니다.
자전거를 타다 / 이권
둥글게 돌아가는 지구 위에서 내가 나를
돌리기 위해 자전거를 탄다
지구가 돈다고 나까지 덩달아
따라 도는 것은 아니지만
자전거가 나를 굴린 만큼
내가 끌고 온 길의 길이만큼 나는 소모된다
사람들이 동쪽에 있던 해를
서쪽으로 밀어내고
저녁을 만들어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전거 체인에 감긴 길을 풀어
너에게로 가는 길을 이어놓는다
저를 끌고 다니느라 수고한
자전거 짐받이 끈에 맨날 싸움박질인
둥근 지구 하나 매달려 있다
* 이권 시집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아실.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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