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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에 수록된 '패랭이꽃' 입니다.
패랭이꽃 / 이권
산수유나무가 노란 얼굴로
편두통을 앓고 있는 봄
산모퉁이 돌아서면 죽음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공원묘지가 있다
소란스럽게 죽음을 떠메고
왔던 사람들이 조용히
슬픔을 거두어 돌아가는 곳
다시는 호명되지 않을
이름표에 봄볕이 빛나고 있다
저물녘 지구를 한 바퀴씩
돌리고 가는 사람들 뒷덜미가 하얗다
저녁노을 번지는 공원묘지
수 세기 전 죽은 부전나비 무덤에서
나비의 날개 인양
하얀 패랭이꽃이 피어올랐다
*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2015. 도서출판 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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