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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화엄의 꽃’입니다.
화엄의 꽃 / 이권
영등포 타임스퀘어 뒷골목 밤만 되면
집집마다 붉은 꽃들이 피어나요
상호도 없이 예명으로 꽃을 내건 집
이곳에서의 소문은 모두가 지나가는
바람이에요 연대병력의 사내들이
지나갔다는 꽃들의 속설은 묻지 않기로 해요
꽃대궁이 흔들릴 때마다 새로운 애인이
생겨나요 잠시 후 꽃잎 속에서
걸어 나온 사내는
옛 애인이 되어 골목길로 추방당해요
밤에 피는 꽃이라고 향기 없는 꽃이라고
같은 꽃끼리 너무
미워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꽃의 이동 경로와 꽃잎에 깃든 꽃말이
다를 뿐 다 우리의 누이거나 딸들인걸요
어쩌면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화엄의 꽃
관세음보살일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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