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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 』

화엄의 꽃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4.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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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찍은 연꽃 사진입니다.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두 번째 시집 『꽃꿈을 꾸다』에 수록된 ‘화엄의 꽃’입니다.

 

 

화엄의 꽃 / 이권

 

 

영등포 타임스퀘어 뒷골목 밤만 되면

집집마다 붉은 꽃들이 피어나요

상호도 없이 예명으로 꽃을 내건 집

 

이곳에서의 소문은 모두가 지나가는

바람이에요 연대병력의 사내들이

지나갔다는 꽃들의 속설은 묻지 않기로 해요

 

꽃대궁이 흔들릴 때마다 새로운 애인이

생겨나요 잠시 후 꽃잎 속에서

걸어 나온 사내는

옛 애인이 되어 골목길로 추방당해요

 

밤에 피는 꽃이라고 향기 없는 꽃이라고

같은 꽃끼리 너무

미워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꽃의 이동 경로와 꽃잎에 깃든 꽃말이

다를 뿐 다 우리의 누이거나 딸들인걸요

 

어쩌면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온 화엄의 꽃

관세음보살일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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