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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배달부 오늘의 시

바다를 훔치는 법 / 이권

by 시(詩) 배달부 2024.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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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pixabay.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들어있는 미발표 시 '바다를 훔치는 법'입니다.

 

 

바다를 훔치는 법 / 이권

 

 

사내가 노을 진 바다를 훔치고 있다

바다를 훔치는 데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바다에 산란하는 빛의 양과

머무는 시간을 계산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가 하는 일은 아무도 모르게 훔쳐 온

상처 난 바다의 명암을 다루는 일

 

저녁 바다를 인화할 때마다

그의 방에서 끼룩끼룩

갈매기 날고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을 것 같은

먹장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그의 방

 

저녁 바다를 끌고 사내의 카메라 속으로

숨어든 여자 그녀의 웃음소리가

저녁 바다와 함께 까맣게 인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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