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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들어있는 미발표 시 '바다를 훔치는 법'입니다.
바다를 훔치는 법 / 이권
사내가 노을 진 바다를 훔치고 있다
바다를 훔치는 데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바다에 산란하는 빛의 양과
머무는 시간을 계산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가 하는 일은 아무도 모르게 훔쳐 온
상처 난 바다의 명암을 다루는 일
저녁 바다를 인화할 때마다
그의 방에서 끼룩끼룩
갈매기 날고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을 것 같은
먹장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그의 방
저녁 바다를 끌고 사내의 카메라 속으로
숨어든 여자 그녀의 웃음소리가
저녁 바다와 함께 까맣게 인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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