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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세상의 모든 여자는 내 엄마다

by 시(詩) 배달부 2023.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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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pixabay.

 

세상의 모든 여자는 내 엄마다 / 이권

 

 

꽃피는 춘삼월 꽃구경 가다 벚꽃나무 아래

치마 걷어 올리고 오줌 누고 있는

저 여자 수줍음 많던 내 엄마다

 

장곡사 대웅전 쌀 한 됫박 올려놓고

아침 내내 무당 절 올리며 복을

빌고 있는 저 여자 까막눈이 내 엄마다

 

이른 아침 게걸음으로 하늘공원 질질 끌고

가며 걸음마 연습하는 저 여자

입이 반쯤 돌아간 중풍 걸린 내 엄마다

 

여름 땡볕 아래 혼잣말 주고받으며 고추밭을

매고 있는 저 여자 아무리 일을 하여도

가난이 떠나지 않던 농투성이 내 엄마다

 

모래내 시장 난전에서 얼갈이배추 서너 단

풀어 놓고 손톱 밑이 까맣도록 고구마

줄기를 벗기고 있는 저 여자 장돌뱅이 내 엄마다

 

저물녘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으라

부르는 저 여자 가슴이 따스했던 내 엄마다

 

전생이든 금생이든 다음 생의

여자이든 세상의 모든 여자는 내 엄마다

그러나 나에겐 엄마가 없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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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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