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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여자는 내 엄마다 / 이권
꽃피는 춘삼월 꽃구경 가다 벚꽃나무 아래
치마 걷어 올리고 오줌 누고 있는
저 여자 수줍음 많던 내 엄마다
장곡사 대웅전 쌀 한 됫박 올려놓고
아침 내내 무당 절 올리며 복을
빌고 있는 저 여자 까막눈이 내 엄마다
이른 아침 게걸음으로 하늘공원 질질 끌고
가며 걸음마 연습하는 저 여자
입이 반쯤 돌아간 중풍 걸린 내 엄마다
여름 땡볕 아래 혼잣말 주고받으며 고추밭을
매고 있는 저 여자 아무리 일을 하여도
가난이 떠나지 않던 농투성이 내 엄마다
모래내 시장 난전에서 얼갈이배추 서너 단
풀어 놓고 손톱 밑이 까맣도록 고구마
줄기를 벗기고 있는 저 여자 장돌뱅이 내 엄마다
저물녘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으라
부르는 저 여자 가슴이 따스했던 내 엄마다
전생이든 금생이든 다음 생의
여자이든 세상의 모든 여자는 내 엄마다
그러나 나에겐 엄마가 없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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