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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패턴 / 이권
연애도 로또복권처럼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시대.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포교하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씀은 평생 수지 독송하여야 할 경전이었고 108배를 올리며 간절히 믿고 받들어야 할 종교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내게 은혜롭게 다가오는 사랑교의 교주였던 것입니다.
사랑이 사이비 교단의 교리처럼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위험한 종교라는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사랑은 믿음이 충만할수록 배신당할 확률이 높은 게임이죠. 사랑에는 계절마다 색깔을 바꾸는 유행의 패턴이 있어 철 지난 밀당의 기술로는 점점 진화해 가는 사랑의 방식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랑은 엄마가 읽는 금강경처럼 그렇게 난해하지도 깐깐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마음 가는 데로 몸 가는 대로 그녀를 독송하다 보면 행과 행 사이에 감춰진 그녀의 심오한 말씀을 꺼내 읽을 수 있으니까요. 오늘 할당받은 사랑의 데이터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기울어져 가는 가슴에 절 한 채 세우고 밤새 피어나는 불꽃을 모아 그녀에게 꽃 공양을 올려야 되겠습니다. 나는 사랑교의 영원한 사이비 신도입니다.
*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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