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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에게 반하다.
이권 첫 번째 시집 『아버지의 마술』

포교당 가는 길

by 시(詩) 배달부 202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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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포교당 가는 길

 

 

  관음사 포교당 가는 길. 골목 초입에 노란 리라유치원이 재잘재잘 앉아 있다. 관절염에 걸린 해피가 밀린 밥값이나 하려고 허드레 울음으로 불심검문을 하는 곳. 사시사철 봄을 팔아먹고 사는 꽃집 이층엔 하늘로 커피향을 말아 올리는 은하수다방이 있다. 닭똥집과 쭈꾸미를 파는 술에 쩐 포장마차도 있다.

 

  삼거리 희망슈퍼 앞 순댓국집과 이발소가 있고 그 옆으로 초승달 같은 낫을 파는 철물점이 있다. 발소리만 들어도 뉘 집 딸내미의 바람 난 발걸음인지 금방 알아채 버리는 골목. 눈치 9단의 사람과 눈치 10단의 귀신들이 사는 안골마을 지나면, 하늘에 십자가를 내건 조그만 예배당이 앉아 있다.

 

  주정뱅이들이 도깨비들에게 들배지기를 당하는 당산나무 아래쯤에 이르면 골목길은 제가 온 길을 지우고 스스로 산이 된다. 멀리서 쑥국새 울음소리 들려오고 별똥별 하나가 긴 꼬리를 남기며 포교당 산신각 너머로 떨어졌다. 하늘이 어둠을 끌고 많이도 내려와 있다.

 

*이권 시집 『아버지의 마술』 애지. 201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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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마술:이권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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