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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짐승 / 이권
나무늘보처럼 순하고 종달새처럼
푸른 하늘을 날려는 꿈 많은 짐승
웃을 때 온몸이 꽃밭인 짐승 가끔
부처의 자비가 머물기도 하는 거룩한 짐승
사자보다 사납고 여우처럼 교활하고
능구렁이처럼 징그러운 짐승
온몸이 무기인 짐승 가끔 제 몸을
인질로 잡고 세상과 맞장을 뜨려는 짐승
평생 지은 죄 기도 몇 번으로 퉁치고
극락과 천당을 돈으로
매수하려는 파렴치한 짐승
저세상 갈 때 모든 것 놓아두고
혼자서만 가야 하는 외롭고도 쓸쓸한 짐승
그래서 꼭 한번 안아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은 한없이 가엾은 짐승
*이권 시집 『꽃꿈을 꾸다』 도서출판b. 201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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