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시 배달부 오늘의 시20 음모陰毛 또는 음모陰謀 아직 지면에 발표되지 않는 저의 미발표시 '음모陰毛 또는 음모陰謀'입니다. 음모陰毛 또는 음모陰謀 / 이권 속초 바닷가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하룻밤 묵으려 찾아든 모텔 욕실 바닥 수챗구멍에 곱슬한 음모陰毛 한 가닥이 눈에 띄었다 제 몸의 일부를 떨어트리고 간 이의 아랫도리를 보는 것 같아 여간 민망스럽지 않았다 검은 陰謀가 자랄수록 수없이 부끄러움을 느꼈을 陰毛 어젯밤 그의 陰謀는 집행되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계략을 준비하고 갔을까 한 번도 양지이지 못하고 음지를 지향했을 陰毛 곱게 휴지에 싸서 버렸다 주인 여자가 인터폰으로 뭐 필요하신 것 없냐고 여자가 필요하시면 말씀하시라 하였다 또 다른 陰謀가 인터폰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2024. 11. 25. 오줌발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써놓은 습작 시 ‘오줌발’입니다. 오줌발 / 이권 지하철 공중화장실에서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라는 표어를 읽으며 바지 지퍼를 내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은밀한 곳을 방문하는 의식 서서쏴 자세로 방아쇠를 풀고 소변기에 그려져 있는 파리를 향해 일 발 장전한 총구를 겨눈다 사내들의 별 볼 일 없는 그곳을 바라보며 온종일 오줌발을 맞고 있는 파리 명중되지 못한 것들은 엉뚱한 곳에 오발되거나 유탄이 되어 돌아오곤 한다 가위가 그려진 담벼락에 몰래오줌발을 갈기던 풍기 문란의 시간도 가고 젊은 날의 나도 갔다 이제 김빠지게 오줌발이나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다 2024. 9. 13. 파리지옥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써놓은 미발표 시 ‘파리지옥’입니다. 파리지옥 / 이권 영종도 늘 푸른 화원에서 비너스 속눈썹을 닮은 파리지옥 한 그루를 샀다 플로리다의 푸른 하늘이 덤으로 따라 들어왔다 꽃인 양 피어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산목숨 하나를 삼켜 버리고는 시치미를 떼고 있는 파리지옥 파리와 나비의 꽃무덤인 파리지옥* 전생에 한 마리 작은 짐승이었을 것 온종일 너를 생각하다 한 마리 나비가 되어 풀려나오는 저녁 너는 나를 잡아먹으려 온 한 마리 파리지옥인지 모른다 * 여러해살이풀로 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식충식물. 2024. 9. 5. 대왕마마 납시었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들어 있는 미 발표시 ‘대왕마마 납시었다’입니다. 대왕마마 납시었다 / 이권 대왕마마를 시험 배양하던 천민자본주의가 자기 증식을 통해 세종대왕 복제에 성공했다. 복제된 대왕들은 일련의 등번호를 부여받고 세상을 매수하기 위해 저잣거리로 들어갔다. 율곡 이익 대감과 퇴계 이황 대감이 대왕의 행차를 수행하였고 동전 몇 닢의 포졸들이 그 뒤를 따라다니곤 하였다. 대왕의 곤룡포에는 세상을 유혹하고 미치게 하는 미량의 최음제가 묻어 있다. 대왕의 곤룡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수많은 이가 숨겨 놓은 크고 작은 죄의 행적이 발견되곤 한다. 금방이라도 온몸을 열어 줄 듯 대왕님을 빼앗아 간 미인 클럽 김 마담의 여시 같은 입술 자국도 묻어 있을 것이고, 공사판에서 뼈 빠지게 일하다.. 2024. 8. 27. 애호박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써놓은 미발표 시 ‘애호박’입니다. 애호박 / 이권 호박 나물도 해 먹고 호박전도 부쳐 먹을 요량으로 늦은 봄날 모종 가계에서 호박 모종을 사와 텃밭 가장자리에 심었다. 비가 내리고 앞산에서 뻐꾸기가 몇 번 울었을 뿐인데 호박넝쿨이 텃밭 가장자리를 덮고 호박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서로를 마주 보는 것만으로는 혼례를 치를 수 없었던 호박꽃. 여러 날 불을 밝혔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한 꽃들은 떨어져 내렸다. 호박벌에게 서로의 사랑을 고백하고 나서야 애호박 몇 개를 매달 수 있었다. 저녁나절 아내는 호박전을 해 먹고 싶다며 호박넝쿨을 뒤졌다. 호박넝쿨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호박잎에 숨어있던 애호박을 따냈다. 호박넝쿨이 잠시 움찔거렸고 애호박 떨어진 자리에.. 2024. 8. 14. 마추픽추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들어있는 미발표 시 '마추픽추'입니다. 마추픽추 / 이권 친구들과 인디언식 이름 짓기 놀이하다가, 문득 발밑 세상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발밑을 한 열 길쯤 파 내려가다 보면 검은 어둠이 자라고 있는 오래된 마을 하나가 나타날 것이다. 거기서 한 열흘쯤 더 파 내려가다 보면 끝과 끝이 내통하던 길 하나가 발견될 것이다. 이번엔 반대로 머리 위 어둠 속을 파 올라가다 보면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이 발견될 것이다. 그들이 즐겨 다니던 골목이며 새근새근 잠자고 있는 아기의 숨소리가 들려 올 것이다. 한 마장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보면 안데스산맥에 번지는 저녁노을과 마추픽추에 사는 인디오 전사를 만날 것이다. 나는 두려움에 떨며 지구 반대편 조선에서 온 전사라고 말할 .. 2024. 8. 10. 바다를 훔치는 법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저의 시작 노트에 들어있는 미발표 시 '바다를 훔치는 법'입니다. 바다를 훔치는 법 / 이권 사내가 노을 진 바다를 훔치고 있다 바다를 훔치는 데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다 바다에 산란하는 빛의 양과 머무는 시간을 계산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가 하는 일은 아무도 모르게 훔쳐 온 상처 난 바다의 명암을 다루는 일 저녁 바다를 인화할 때마다 그의 방에서 끼룩끼룩 갈매기 날고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쏟을 것 같은 먹장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그의 방 저녁 바다를 끌고 사내의 카메라 속으로 숨어든 여자 그녀의 웃음소리가 저녁 바다와 함께 까맣게 인화되고 있다 2024. 7. 29. 빗방울 연주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2019년도 시작 노트에 써놓은 미발표된 시 ‘빗방울 연주’입니다. 빗방울 연주 / 이권 차락차락 봄비가 떨어지고 있다 마른 풀 적시며 자박자박 걸어오는 봄비 아직도 떠나지 못한 겨울이 남아 있는지 외양간 함석지붕을 두드리고 있다 마당귀 개밥 그릇에도비에 젖은 음표들에 떨어지고 있다 봄비가 그려내는 동그라미 속 물방울 귀걸이를 한 배롱나무 한 그루 서있다 높은음자리표 내 걸린 하늘도돌이표 찍어대는 봄비 해소병을 앓는 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빗속으로 번져갔다 2019. 03. 02. 2024. 6. 18. 해 질 무렵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제가 2016년도에 시작 노트에 써놓은 미발표 시 ‘해 질 무렵’입니다. 해 질 무렵 / 이권 강변 모래톱 새끼 자라를 등에 업은 어미 자라가 바위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물총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방아깨비가 명아주 가지 끝에 앉아 방아를 찧고 있다 강 건너 숲속에서 뻐꾸기 울고흑염소가 맴맴 새끼 염소를 찾고 있다 탁발승이 사립문 앞에서 반야심경을외우다 긴 그림자를 끌고 돌아갔다 아랫마을에 초상이 났는지 여자의 울음소리가 강바람을 타고 올라왔다 어릴 적 해 질 무렵 일어난 일이다 2024. 6. 12. 마돈나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저의 미발표 시 '마돈나'입니다. 마돈나 / 이권 석남사거리 지하 술집에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두툼한 입술에 빨간 루주를 칠한 여자 마돈나입니다. 마돈나가 눈물 콧물로 꾹꾹 눌러쓴 사랑 이야기며 슬픔이 오늘의 주제입니다. 마돈나는 수다스럽습니다. 그만큼 세상에 따질 일 많고 세상을 속일 일 또한 많았다는 것이겠지요. 마돈나의 몸매가 너무 은유적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문장은 마돈나에 의해 편집되고 그것에 대해 사내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그녀의 몸 곳곳에 숨겨져 있겠지요. 뒷골목의 스산한 풍경이며 질그릇 깨지는 소리. 팔자를 고치려다 생긴 상처들 아마 밑줄이 쳐져 있을 겁니다. 마돈나가 심수봉의 남.. 2024. 5. 6. 시(詩) 봄은 노랗다 / 이권 오늘 소개할 시는 2023년 인천작가회의 신작 시집 『내일은 비가 온다던데』 에 발표한 저의 시 ‘봄은 노랗다’ 입니다. 봄은 노랗다 / 이권 발뒤꿈치 들고 목을 길게 빼 들어도 반 뼘 정도의 키를 지닌 꽃 겨우내 땅속에서 노란빛을 끌어모았을 것이다 휘파람새 소리와 함께 목련꽃이 하얗게 봄을 밝혀도 소월의 진달래꽃이 약산에 연분홍으로 피어나도 봄은 여전히 노랗다 리라유치원 개나리반 아이들처럼 노란 모자를 쓰고 봄 소풍을 나온 민들레 봄 들판에 꽃 한 송이 내밀었을 뿐인데 사방이 온통 노랗다 하늘을 적시는 뻐꾸기 울음소리도 노랗고 봄 들판을 건너가는 바람 소리도 노랗다 2024. 2. 13. 시(詩) 미당장에 간 엄니는 돌아오지 않고 오늘 소개할 시는 ‘내일을 여는 작가’ 2023년 겨울호 85에 발표된 저의 시 ‘미당장에 간 엄니는 돌아오지 않고’입니다. 미당장에 간 엄니는 돌아오지 않고 / 이권 장다리꽃 핀 남새밭을 지나 개구리 울음소리 지천인 논두렁 길을 따라 미당장에 간 엄니를 산그늘 내린 내티재까지 마중 나간 적이 있지요 내티재를 넘어온 엄니에게서 부레옥잠 같은 물큰한 물비린내가 났지요 오랜만에 찾은 옛집 손님으로 찾아온 나를 개망초꽃이 환하게 맞이하고 있었지요 나에게도 사랑이 찾아올까 아카시아 꽃잎으로 꽃 점을 치던 산길을 따라 미당장에 간 엄니를 내티재까지 마중 나갔지만요 50년이 지나도 미당장에 간 엄니는 돌아오지 않고 내티재에 뻐꾸기 울음소리만 한 질씩 자라나고 있었지요 2024. 2. 9. 이전 1 2 다음 728x90 반응형